기후 위기 시대에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후 위기에 대한 시민의 과학적인 이해와 참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육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교육 분야는 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교육 목적의 거시적 동향을 북미 중심으로 살펴보면 1600년대 이래의 표준화 교육 시대, 20세기의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1960년대 이후의 민주 시민성 교육, 그리고 21세기의 체계적 지속가능성 교육으로 요약할 수 있다(Davis et al., 2015). 표준화 교육은 당시 사회가 필요로 했던 대규모 생산을 위한 숙련된 노동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교육에서 학습자의 특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게 되면서 교육은 직접 교수보다는 학생 활동 중심으로 변모하였다. 1960년대의 시민권 운동과 사회 정의에 대한 윤리적인 관심은 민주 시민성 교육으로 반영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제기된 지속가능 발전에 대한 관심 고조와 논의는 교육에서 학습자 자신과 타인, 인류, 그리고 인간을 넘어서 자연에 대한 인식까지 계발하는 것을 강조하게 되었다.
근래에는 OECD(1961년 경제 발전과 세계 무역의 촉진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의 교육 분야 기여가 두드러진다. 이 기구는 1997년부터 지속가능발전과 사회 통합에 필요한 기능과 역량을 갖춘 인적 자원의 계발을 위해서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y) 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역량 개념은 직업/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넘어서서 미래 사회의 복잡한 삶에 대처하기 위한 광범위한 능력으로서 삶의 질과 관련한 논의로 발전하게 되었다(신현석 외, 2019). 그 후 핵심역량이 주요 국가의 교육 목표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2015 국가 교육과정에도 핵심역량이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었다. 한편, OECD는 2000년부터는 3년 간격으로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소양을 평가하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을 시행하였다. 또한 2015년부터는 미래교육 2030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30년의 사회에 필요한 미래역량을 규명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는 교육 체제를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다. OECD 교육 2030에 나타난 역량교육 실행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역량교육의 필요성을 ‘성공’에서 ‘개인적·사회적 웰빙’으로 보다 포괄적으로 설정하였다. 둘째, 미래사회에서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역량으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강조하며 3가지 변혁적 역량(새로운 가치 창출하기, 갈등과 딜레마 조정하기, 책임감 갖기)을 제시하였다. 셋째, “학생 행위주체성”을 학습개념틀의 중심적인 개념으로 설정하고, 학생을 교육 또는 학습의 중심에 두고 있다. 넷째, OECD 교육 2030에서는 역량을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를 동원하는 능력”(OECD, 2018)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섯째, 교육과정 실행에 대한 논의에서 지금까지는 주로 교사의 역할과 전문성에 초점을 두었던 것에 비해,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또래, 학부모, 지역사회와 같은 다양한 실행 관계자의 역할과 상호협력을 강조하였다(최수진 외, 2019).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교육 분야의 동향은 지속가능성과 개인과 사회의 웰빙을 지향하고, 미래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 분야의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과학교육 분야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학교육 분야의 변화는 과학적 소양에 대한 논의 변화를 통해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듀이(1909)는 20세기 초에 이미 현대문명은 응용과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므로, 그 기저에 있는 과학적 방법과 결과를 알지 못하면 현대문명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학적 소양은 1980년대에 모든 학생을 위한 과학 교육이 대두되면서, 주요국의 과학교육 목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여 왔다. 초기에 과학적 소양은 개인이 함양해야 할 지식과 능력으로 인식되었다. 예를 들면, 전미과학교사협회(NSTA, 1990)는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람은 과학 지식과 가치의 활용능력, 과학에 대한 흥미와 가치, 과학적 사고방식의 생활화,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이해, 과학-기술-사회(STS)에 대한 이해 등을 구비할 것으로 요구하였다. 그 후로도 과학적 소양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지속되었다. 국가 수준에서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과학적 소양을 탐색하기도 하였다. 모든 미국인을 위한 과학적 소양(NRC, 1989), 모든 한국인을 위한 과학(전승준, 2017), 미래세대 과학교육 표준(송진웅, 2019)이 그러한 예이다. Roberts(2011)는 과학적 소양을 세목화하기 보다는 과학교육이 지향하는 비전으로 재개념화하고, 그 동안의 과학적 소양 개념을 과학적 소양 비전 I과 II로 종합하였다. 과학적 소양 비전 I은 미래 과학 전문가 양성을 주 목적으로 하며, 과학법칙이나 이론을 발견하고 가설 설정을 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 등과 같은 '과학 그 자체(science itself)'에 대한 학습을 강조한다. 반면 과학적 소양 비전 II는 모든 학생들을 위한 과학을 지향하며, 학생들이 과학의 본성을 이해하고 시민으로서 직면하는 과학 관련 상황에서 과학을 활용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강조한다. 즉 인간의 행위가 과학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과정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서 과학적 소양 비전 III(Sjostrom et al., 2017)가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비전 II의 개인적 과학 관련 상황에서 의사결정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과학 관련 사회적 쟁점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실제적이고 민주적인 과학적 참여(scientific engagement)를 중요하게 요구한다. 비전 III는 과학기술 관련 사회적 쟁점(Socioscientific issues: SSI) 교육을 비롯한 최근의 과학교육의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 SSI교육은 학생들이 기후변화나 원자력 발전소 건립 문제와 같은 과학과 관련된 사회적 논쟁에 참여하여 타당한 의사결정을 할 기회를 제공받아야 하며, 이러한 교육은 개인의 심리적, 도덕적, 정서적 발달과 사회적 맥락이 고려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비전 III는 또한 OECD의 교육 2030에 제시된 변혁적 역량과도 잘 연결된다. 참여를 통해서 개인과 사회의 웰빙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교육과 과학교육 분야의 동향은 기후위기 교육을 위한 중요한 바탕이 된다. 기후 위기 교육을 위해서는 큰 틀을 구성하고 이를 세목화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 위기 교육이 실천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환경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국가교육과정에 지구과학 내용과 과목이 반영되어 있으며, 지구과학 교육에 대한 실천과 연구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참고문헌
Davis, et al., (2015). Trends of the goals of education and society.
AAAS (1989). Science for all Americans. Washington, D.C.
NSTA (1990). The NSTA Position Statement on science/technology/society. Washington, D.C.
OECD (2018).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Education 2030. Position Paper.
Roberts, D.A. (2011). Competing visions of scientific literacy. In C. Linder, L. Ostman, D.A. Roberts, P. Wockman, G. Erickson, & A. MacKinnon (Eds.) Exploring the landscape of scientific literacy, (pp. 11-27). New York: Routledge.
Sjostrom, J. & Eilks, I. (2017). Recondisering different visions of scientific literacy and science education based on the concept of Bildung. Cognition, Metacognition, and Culture in STEM Education: Learning, Teaching and Assessment, 24, 65.
송진웅 외 14인 (2019).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단계별 수행기대) 개발, 현장적용 실행방안 도출 및 지표 개발 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신현석, 정용주, 장아름 (2019). 한국 교육의 변화와 미래의 교육: 역사적 접근을 통한 교육의 전망 탐색. 한국교육학연구, 25(3), 47-86.
전승준 외 5인 (2017). 모든 한국인을 위한 과학 개발. 한국과학창의재단.
최수진, 김은영, 김혜진, 박균열, 박상환, 이상은 (2019). OECD 교육 2030 참여 연구: 미래지향적 역량교육의 실행 전략 탐색.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RR 2019-06.
'(지구)과학 교육 연구가 긍금해? > 기후변화 교육 KGU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위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이론적 렌즈 (1) | 2023.08.27 |
---|---|
기후 위기와 학교 시민과학 동아리 활동 (0) | 2023.08.27 |
기후 위기와 시민과학교육 (0) | 2023.08.22 |
기후 위기: 현상, 현대사회, 교육적 전환 (0) | 2023.08.19 |
기후 위기 교육의 목표 탐색 (0) | 2023.08.04 |